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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rticles - 어눌함

노신 선생의 첫 소설집의 이름이 '눌함'인데 지금껏 이 말이 눌변, 곧 말하기 쉽지 않아 어렵사리 꺼낸 글 이란 것으로 추측했었다.
잘 쓰지 않는 말이지만 선생이 세상에 글을 내면서 어느 정도 겸양의 의미를 뜻하는 글자를 택했거니 했었는데 나중에 알고 보니 전쟁터에서 서로 양 진영을 향해 깃발을 흔들고 소리를 지르는 '요기눌함' 에서 유래한 '함성' 이란 뜻이었다. - 역시 대 문호의 기개는 나 같은 소인배가 감히 범접할 바가 아니다.
IT 업계에서 일하기 시작하면서 내 손으로 내 글을 담아 보고 싶어 시작했던 홈페이지가 몇 번의 위기가 있었지만 다행히 지금까지 이어지고 있다. 존경하는 노신 선생의 행적을 따라 (겸손하게) '눌함' 이라고 표제를 달고 싶었으나 혹시나 해서 확인한 뜻에 화들짝 놀라 '어' 자를 앞에 붙여 제목으로 삼는다.

SF, Fantasy novels

스터전의 법칙 으로 알려진 말이 있다.
"90%의 SF 소설은 쓰레기다" 란 도발적인 주장인데 SF 소설을 읽다 보면 - SF 장르의 애호가로서 가슴 아픈 일이긴 하지만 - 진부한 사건과 예상 가능한 전개로 이어지는 수준 이하의 작품이 대부분이란 걸 인정하지 않을 수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SF 소설을 계속 읽는 이유는 마크 롤린스가 "SF 철학"에서 말했듯이
훌륭한 SF 이야기 속에서 괴물과 맞닥뜨리는 순간 우리가 대면하는 것은 바로 우리 자신의 모습
이기 때문이 아닐까 한다.
그런 점에서 지금껏 없는 여유 시간과 용돈을 융통해 사 모은 10%의 SF 소설에 대해 목록이나마 한 번 정리하려 마음 먹은 적이 오래 되었다. 하지만 게으름과 나태함으로 지금까지 진전이랄 것이 없었는데 오늘에야 바로잡아 첫 발을 내딛는다.
앞서 스터전의 말을 소개했지만 실은 스터전이 말한 전체 구절은 다음과 같다.
90%의 SF 소설은 쓰레기다.
실은 다른 모든 것들도 마찬가지다.

Info

링컨이 말하길 사람이 나이가 사십이 넘으면 자기 얼굴에 책임을 져야 한다 했다. 사십은 예전에 넘었건만 책임을 질 만한 얼굴인지는 모르겠다. 그래도 시작하지 않으면 이룰 수도 없기에 부끄러움을 잊고 한 걸음 내딛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