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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10/03/09 일관성 by eoh

일관성

출근길 지하철에서 난데없이 아침 드라마 소리가 크게 들려왔다.
늙수그래한 아줌마 서넛이 노약자석을 차지하고선 DMB로 드라마를 어찌나 볼륨을 높여 놓고 보는지 차량 구석 구석 아침 드라마 특유의 불륜과 패륜의 향기가 코를 마비시킬 지경이었다.
그것까지는 뭐, 그럴 법 하다 하겠는데 시시콜콜 이래선 쯧쯧, 저래선 쯧쯧  하여 아침 드라마에서 사람이 지켜야 하는 도리에 대해 설파하는데 아주 징글징글했다.
그 내용인 즉슨 약속을 하면 꼭 지켜야 하고 (드라마에서 나온 상황인) 어쩔 수 없이 지키지 못할 때에는 상대방이 납득할 때 까지 사과를 해야 한다 였다.

그때 갑자기 DMB 소리가 멈추고 전화가 시작되었다.
이제 아침 드라마의 악다구니에서 벗어남과 동시에 알지도 못하는 사람과 지하철에서 처음 본 사람과의 사적인 전화를 도청하기를 강요당하기 시작하였다.
그런데 웃기는 일이 벌어졌다.
전화를 받은 아줌마가 누군가와 만나자는 선약을 까먹고 다른 일을 했던 것이다.
아침 드라마 광이면서 지하철 차량 안내 방송중인 이 아줌마는 아주 당연한 듯이 자신이 깜박한 것에 대해 상대방의 용인을 요구하기 시작했다.
그럴 수도 있지 뭐 그런 걸 가지고
란 이야기였는데, 도저히 방금 전 까지 설파하던 인간의 도덕률에 비추어 볼 때 옳지 않은 주장을 거리낌 없이 펼치고 있었다.

예전엔 이런 말과 행동이 판이한 사람들을 비천한 인간성 혹은 저급한 인격이라고 무시해 왔는데 요즘은 이러한 인간들을 만나는 것에 익숙해지다 보니 생각이 좀 달라졌다.
혹시 내가 생각하는 인간의 조건 - 언행일치 혹은 일관성이 정말 중요한 것인가?
이러한 조건을 갖추지 못한 개인들이 이다지도 많은데 그들이 도태되지 않고 오히려 더 번성하는 것 처럼 보이는 것은 삶을 영위하는데 있어 이러한 행위의 일관성은 생존을 저해하는 요소이기 때문은 아닐까란 생각이 든다.
신념을 끝까지 유지하고 노력으로 성취를 이룩한 인간들에 대해 전기가 있는 것을 보면 위인전에 나올 만한 레벨이 아닌 보통 인간들은 오히려 일관성이 없이 그때 그때 상황만 모면하는 기회주의가 더 적절한 행동양식일지도 모르겠다.

뭐 greedy 알고리즘이 그런 거 아니겠어?

Posted by eoh

2010/03/09 01:05 2010/03/09 01: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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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할 수 있는 것은 분명하게 말해질 수 있다. 말해질 수 없는 것에 대해서는 침묵해야 한다. 논리 철학 논고 - 루드비히 비트겐슈타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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