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earch Results for '조직'


1 POSTS

  1. 2010/03/20 Size is matter. by eoh

Size is matter.

얼마 전 조직 개편이 이루어지면서 팔자에 없는 관리 업무까지 떠 맡게 되었다.
분명히 예전 직장에서도 관리 업무를 맡았다가 고사 했었다는 이야기를 분명히 밝혔는데도 주어진 것을 보니 이제 그걸 자의로 회피할 시기는 지난 것 같다.

뭐 그건 그거고.
우연찮게 예전 조직의 사람들과 점심을 같이 하게 되었다.
좀 더 자세하게 이야기 하자면 이야기는 이렇다.
원래 지금 내가 맡고 있는 일은 두 서너명의 사람이 작은 벤처로 사업을 일으켜 그 가능성을 인정받아 지금의 회사로 흡수되면서 현재는 개발 인원만 20여명 정도 되는 비교적 큰 조직이 되었다.

그리하여 힘들었던 시기는 다 끝나고 절실했던 자금과 인원에 여유가 있게 되었다.
이리하여 모두가 행복하게 잘 살았다.

란 결론은 얘들이 자기 전에 읽는 동화책에나 나올 만한 이야기이고, 현실은 그렇지가 않기 마련이다.
시간이 흐르고 나니 사업을 일으킨 원 멤버들의 생각은
아니, 사람이 몇 명 없었을 때가 오히려 결과물이 더 잘 나왔다.
사람 추가해 넣었더니 괜시리 scalability 를 획득한다니 뭐니 하며 동작하는 코드를 고치려고나 하지 정작 일의 결과가 빨리 빨리 안 나온다.
요구한 기능 추가나 변경은 더디기만 하고 다들 뭘 하기는 한다는데 도대체 뭘 하는지 모르겠다. 사람들이 일을 하긴 하는 건가?
였고 우여곡절을 거쳐서
  • 사용자의 급변하는 요구를 충족시키는 것이 우선이므로 일단 구현부터 먼저 하여 대응을 빠르게 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를 중요시하는 조직과
  • 충분한 검토, 설계, 구현, 테스트, QP 를 거친 안정적인 구현이 궁극적으로 미래에 대비할 수 있다.
를 신봉하는 조직으로 이원화 되었다.

나는 후자이고 앞서 말한 예전 조직은 전자의 조직을 말한다.
내분이 일어날 것 까진 아니었고 달리고 싶은 사람은 모여서 달리도록 판을 열어 준다 라는 의미였다고 믿고 싶다.

우연찮게 양쪽 조직이 점심을 같이 먹다가 지나가는 말로 이런 이야기를 들었다.
전자의 조직장이 역시 벤처에서부터 일했던 개발팀장에게
누구야. 차라리 개발 그만 두고 서비스에서 댓글이나 다는 게 어떠냐. 오히려 그게 더 도움이 될 것 같다.
라고 했다는 것이다. 그 사람이 이 이야기를 하면서
요즘 워낙 결과물이 빨리 안 나오니까 하시는 말씀이죠
라고 사람좋은 너털웃음을 지었다.

세상 모든 일이 그렇겠지만 특히 소프트웨어란 것은 일종의 파레토 법칙의 지배에서 벗어날 수 없다고 생각한다.
얼핏 보기에 다 된 것 같은 80% 정도의 기능 셋을 가진 것은 남들이 투자한 20%의 시간으로도 만들어낼 수 있다. 하지만 진정 그것이 완성된 제품으로 거듭나려면 꼭 필요한 20%가 부족하게 되고 이제 앞서 20%의 시간 밖엔 투자하지 않은 댓가를 그때 치뤄야 한다는 것이다.

세상 일은 참 불 공평하고 소프트웨어란 것은 더욱 불 공평하다.
왜냐면 그때 되어 이미 이익을 본 80%의 시간을 다 토해 낸데도 절대로 따라잡을 수 없다.
이 주장의 증거가 되는 예는 너무나 많다.
무수히 많은 (민첩하게 등장한) 소프트웨어들이 시장을 잠시 점령한 듯 보인 후 정체되어 사장되는 것과, 이걸 고치느니 차라리 처음부터 재 구현하겠다 - 이러다 망한 회사가 얼마나 많은지 - 란 결정을 내린 회사들의 리스트를 작성한다면 (쓸 것이 많아) 아주 많은 노력이 필요하다.

따라서 지금 상황에서 기능 추가가 민첩하게 되지 않는 것은 일을 열심히 하고 하지 않고의 문제나 서비스에 대한 애착과 애정이 있고 없고의 정성적인 면으로 파악한다면 방향을 잘못 잡은 것이다.

나만 이러한 의견을 낸 것도 아니고 주위에서도 비슷한 내용의 권고에도 불구하고 "달린다" 란 결정을 하고 실행에 옮긴다고 하니 그저 전자의 조직원들이 어찌되었건 그들이 원하는 바를 얻기를 바랄 뿐이다.


비슷한 맥락으로 빠른 개발 방법론을 신봉하는 사람들은 결과를 빠르게 얻을 수 있는 프로그래밍 언어를 선호한다.
흔히
루비 온 레일즈와 같은 프레임워크를 보라.
얼마나 빠르고 신속하며 민첩한 개발 속도를 보이는가
라는 찬사는 어렵지않게 들을 수 있다.
특히 루비 언어에 대한 생산성에 대한 마틴 파울러의 조사 - 70%의 프로젝트에서 타 언어보다 생산성이 높아졌다는 설문 결과를 근거로 삼곤 한다.
(모 언어와 비교해서 7배 생산성 향상이란 조사도 있다. 거의 70명 투입할 일을 열명이서 했다는 이야기 이거나 7달 걸릴 일을 한달만에 다 했다는 이야기다.
뭐 내가 겪었던 50명이 유지보수하는 은행 수신 업무를 재개발하는데 4명을 투입한 전설에 버금가는 이야기다. 더우기 기존 코드는 코볼이었고 재개발은 C로 해야 했다. 나도 막장이라면 개막장을 거친 인생이다.)

나는 파울러가 시간이 어느 정도 흐른 지금 해당 프로젝트들을 다시 점검해 봤으면 한다.
그중 초기에 얻은 이득을 끝까지 지킨 수와 결국 이득은 다 토해 놓았지만 그럭 저럭 굴러가는 수를 나머지 경우와 비교해 보았으면 한다.

어렸을 때 부르던 동요 중에 이런 구절이 있다.
어 어 얼음과자 맛이 있지만, 한 개 두 개 먹으면 이가 시려요.
나머지는 요즘 유행하는 말 대로
지금은 곤란하다. 기다려 달라.

Posted by eoh

2010/03/20 02:01 2010/03/20 02:01
, , , ,
Response
No Trackback , No Comment
RSS :
http://endofhope.com/tc/rss/response/25


블로그 이미지

말할 수 있는 것은 분명하게 말해질 수 있다. 말해질 수 없는 것에 대해서는 침묵해야 한다. 논리 철학 논고 - 루드비히 비트겐슈타인.

- eoh

Archives

Authors

  1. eoh

Recent Comments

Recent Trackbacks

Calendar

«   2012/02   »
      1 2 3 4
5 6 7 8 9 10 11
12 13 14 15 16 17 18
19 20 21 22 23 24 25
26 27 28 29      

Site Stats

Total hits:
15667
Today:
33
Yesterday:
3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