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이 잘 안 나오는 이유 및 윈7 3일 사용기

십년 넘게 내 직업이 "프로그래머" 혹은 "엔지니어" 라고 생각하며 살고 있었다.
작년부터 약간 모호해지기 시작하더니 지금은 아무리 생각해도 이젠 아니라고 판단한다.
그러면서 전에는 내가 필요해서 만드는 문서가 대부분이었다면,
지금은 내가 관리하는 조직을 알리기 위해 문서를 "찍어" 내고 있다.
기존에는

  1. 나는 잘 났음.
  2. 따라서 나를 알아주고 믿고 일을 맡기면 (니가) 우월한 성과를 얻을 수 있음.
  3. 니가 나를 몰라주거나 알아주지 않아?
  4. 그럼 너는 (나를 믿었다면 내가 줄 수 있었던) 좋은 성과를 못 얻겠네?
  5. 그건 니가 선택한 거니까 니 책임. 나는 모름.
  6. 너 말고도 나 필요한 사람은 널렸음. 딴 데 (다른 부서나 다른 회사) 갈 꺼임.

의 "나" 기반 인생이었다면, 지금은 조직의 가시성을 보여 주고, 이를 기반으로 조직의 대내외 지원을 얻어내는 것이 주된 역할이다 보니

  1. 저희의 이번 주, 지난 달, 지난 쿼터, 작년 목표 대비 성취는 이렇습니다.
  2. 저희의 차주, 금월, 이번 쿼터 별 목표는 이러합니다.
  3. 현재 진행되고 있는 일들의 진행 상황 그래프는 이러합니다.
  4. 이 정도의 가시성을 확보하기 위해 이런 저런 활동들을 지속적으로 수행 중 입니다.
  5. 더 필요하신 것이 있으면 언제든지 말씀하십쇼. 굽신 굽신.

등등의 조직의 "문서 작성기" 가 내가 수행하는 역할이 되었다.
이런 소릴 하면 다들 쉽게, "조직의 구성원들에게 시키지 왜 니가 그걸 하고 앉았느냐" 란 말들을 충고랍시고 하지만, 내가 생각하는 조직의 관리자는 구성원들이 귀찮아하는 일들을 최대한 제거하여 주는 것이 가장 큰 덕목이라고 생각한다.
따라서 조직원들은 자기가 하고 싶은 일을 선택하여 자신이 하고 싶은 정도만큼 일정을 세운 후 그 일정을 지키기만 하면 되고, 나머지는 다 조직의 관리자가 알아서 해 주기를 (내가 딱가리일 시절) 바랬고, 지금은 그렇게 해 주기 위해 노력 중이다.
씨발 결국 내가 딱가리질 한다는 점에서는 바뀐 것이 없긔

원래 이 글은 그제 회사 노트북에 윈도우 7을 깔았는데 좋더라 이야기를 쓰려 시작했는데 하도 글이 안 나오길래 대체 왜 글빨이 안 설까를 생각하여 보니, 내가 요즘 작문을 지나치게 많이 하고 있어서, 오히려 블로깅이 안 되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따라서 지금까지 이야기는 내가 왜 글이 잘 안 써지는가에 대한 쓰잘떼기 없는 넋두리 되겠다. 이제 '잡담은 그만두고 정전(正傳)으로 돌아가서' 하려고 하던 본 이야기를 하자.

그 전엔 레노보+비스타 조합이었는데 해동이 잘 안되는 문제부터, 무선랜 문제까지 여러 애로애로가 있었다.
참다 못해 윈7로 옮긴 후 마이크로소프트를 다시 보게 되었다. 이 생퀴들 정신 차린 건가?
윈 7 3일 사용 후기?

  1. 하이버네이션 잘 됨 - 이젠 모냥 빠지게 노트북 뚜껑 연 채로 회의실 찾아 다니지 않아도 된다. (비스타는 해동보다 그냥 껐다 켜는게 빨랐음)
  2. 무선 랜 잡는 속도 및 재 탐색 자체가 향상 - 천장에서 불 빤짝이는 회사 무선 AP 아래서도 안 생겨서 못 잡아서 프리젠테이션 중에 무선랜 잡는 짓을 몇 번 당함. 바로 윈7 업그레이드 결심.
  3. 예뻐. 반응성도 좋지만, 세련된 느낌?

결론적으로 아직까진 MS의 재발견. - 얘네들도 쓸만한 물건 내 놓을 수 있구나.

Posted by eoh

2011/01/09 14:54 2011/01/09 14: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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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토로이 프로요 업그레이드

아는 사람은 다 아는 이야기지만, 모토로이를 "무려 예약 구매" 하여 쓰고 있다.
안드로이드를 쓰고 싶어 선택한 길이지만 처음엔 각종 애로 사항이 19금을 넘어설 지경이었는데 SKAF 제거 후엔 뭐 그럭 저럭 쓸 만 하다 였다.
그 후 루팅 방법이 알려지고 나선 유혹에 시달렸는데 이놈의 모로로라가
모토로이 연말 내 프로요 지원 이라는 초 거대 떡밥을 투척한 것이 아닌가!
그럼에도 이미 휴대폰 사업부를 매각할 거란 기사가 슬금 슬금 나오던 터라
  1. 강호에 의리가 바닥에 떨어진 지 오래인데 어찌 모로로라 따위 시정 잡배의 말을 믿느냐, 그냥 루팅 하자.
  2. 원래 부자는 망해도 3년은 간다지 않는가, 그래도 대인배 양키 센스를 믿고 프로요 까지 '순정 정품 업그레이드' 는 받아보자.
의 두 가지 갈림길에서 고민하다, 사상 자체가 양놈 오리엔티드 된 터라 워낙 일상이 바쁘다 보니 잊어버리고 살다가 생각지도 못한 소식을 들었다.
모토로이 프로요 업그레이드 시작
아, 모로로라느님, 지난 십년 써 온거 너무 잘했다고 생각해요. 앞으로 양키 센스 유지하는 한 10년도 계속 사 드리겠습니다. 굽슨 굽슨.
바로 업그레이드 고고씽.
약간의 문제가 있었는데,
  1. 소리 설정 안됨, Only 진동 모드만 동작.
  2. 설정에서 볼륨 관련 모든 변경을 하려고 하면 얼어버리는 현상 지속.
  3. 해결을 위해 시스템 사용량을 체크하던 중 CPU 사용률이 계속 100% 인 것을 알아 내곤 뭐가 병신짓 하는지 찾기 시작함.
  4. 서비스 중에 미디어 파일을 스캐닝 하는 서비스가 무한 뺑뺑이를 돈다는 것을 알아냄.
  5. 이 생퀴는 기본 서비스라 강제로 죽여도 되살아 난다는 사실을 알아내고선 약간 빡침.
  6. 구글신께 질의 후 해당 현상이 DRM 이 걸려 있는 음악파일을 스캔하다 병신되는 경우가 있다는 단서 발견.
  7. 남자는 한방, 바로 SD 카드 포맷.
  8. 정상화.
의 수순으로 처리하였다.

사족.
프로요 되면 가능한 대표적인 좋은 걸로 플래시 동작이 있지만 모토로이 CPU 능력치가 (600MHz) 낮은 관계인지 플래시가 포함된 웹페이지가 너무 늦게 뜨는 경향이 있어 아에 옛날처럼 안 보이도록 플래시 플레이어를 지워 버리고 쓰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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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12/25 15:14 2010/12/25 15: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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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전거

산다 산다 마음만 가지고 있던 자전거 펌프를 오늘 질렀다.
계속 앞 바퀴에 바람이 부족한 것 같아 자전거를 탈 때 마다 뭔가 부족했는데,
권장 psi 까지 빠방하게 넣고 라이딩 했더니
오오 달라.
굳이 비교하자면, 이전 라이딩이 물렁한 서스의 국산차였다면
오늘은 단단한 서스로 바닥을 느낄 수 있었다고나 할까.

그 동안 이놈의 시스템 경고 문자 때문에 자전거 타면서도 마음이 편하지 않았는데,
오늘 2시간 라이딩 동안 하나의 경고 문자도 없었다.
확실히 꾸준히 죽어라고 하면 처음에는 될 것 같지 않은 일도 결국은 좋은 날이 오는구나.

지금까지 라이딩 결과에 대한 추세선을 그려 봤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시퍼런 distance 가 꾸준히 늘어 요즘은 20km 를 왕복하고,
시뻘건 평속 역시 distance 가 느는데도 불구하고 25km/h 에 약간 못 미치는 형국이구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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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10/31 18:30 2010/10/31 18: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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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한 달

나는 학교를 90년대에 다녔다.
그때 참으로 많이 들었던 말이 "치열하게 살기" 였다.
무엇을 하더라도 그냥 열심히 정도가 아니라 치열하게 였다.
너는 혹은 나는 얼마나 치열하게 살고 있는가 가 대화의 많은 포션을 차지했었다.

지난 한 달 남짓 참으로 많은 일이 있었다. 당연하게도 지금은 거의 다 잊어버리기 직전이고 바람에 모두 흩어져 날아가 버리기 전에 남은 기억의 보습들을 모아 작은 글로 남기고자 한다.

1. 성과에 대한 판단이 아니라 능력을 폭발하도록 도와 주어야 한다.
일상에서 타인에 대해 판단을 하게 된다.
누구는 어느 정도의 능력이고 누구는 영 꽝이네 등등. 처음에는 내가 타인의 수준을 결정한다는 것 자체가 부담스럽다가도 나이가 들어가면서 계속 판단을 할 수록 내 눈이 정확할 것이라 생각했다. 지금까지는 내 판단의 수준이 그닥 낮지는 않다 - 최소한 큰 틀에서는 맞다 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지난 한 달 동안 리더로서 사람들에 대해 긍정적인 면을 보고, 성과를 보기 보다 작업의 어려움을 제거하는데 집중한 결과  사람들의 포텐셜이 폭발하는 것을 목도하였다. 또한 기대치를 훨씬 능가하는 성과가 바로 나오는 것을 보고 있으면, 지금까지의 나의 사람에 대한 판단하는 능력은 몹시 잘못되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또한 지금까지 내가 저 사람은 왜 그럴까 라고 이해하지 못하였던 사람 중에 엄청난 능력이 잠재되어 있던 사람이 분명이 있었을 것 같고, 아마 내가 그때 조금만 더 관심과 배려를 주었다면 포텐셜 폭발이 있었을 것이다.
결국 능력이 있고 없음이 성과로 나오는 것이 아니라
능력이 성과로 나올 수 있도록 support 받는가 아닌가가 더 중요하다.

2. 옛 친구들, 친구의 아내.
지난 주말 토요일 아침 친구의 전화로 잠에서 깨었다.
친구 A 의 집사람이 말기 암인데 오늘을 넘기기 어려울 것 같다.
그리곤 몇 시간 후 문자가 왔다.
A의 아내, 사망. 빈소는 ...
워낙 감기 몸살이 심한 터라 대구행 버스를 타자 마자 혼곤히 잠이 들었다. 한 시간 즈음 지나 잠에서 깨자 이미 차창 밖은 어스름이 내려와 있었다. 갑자기 A가 생각났다.
그때서야 A의 집사람이 죽었다는 것이 어떠한 의미인지 생각났다.
남겨진 A와 어린 딸을 생각하니 눈물만이 흘렀다.
나는 내 가족에게 무엇을 하고 있는지 다시 생각하게 되었다.

3. 자출족 - 자전거로 출퇴근 하는 족속
자전거와 헬맷. 장갑을 구비하고 자전거 출퇴근을 시작하였다.
탄천 길 약 5.5km 와 신호등 6개를 건넌다.
월요일 출 퇴근 첫 날.  중간에 한 번씩 쉬어야 했다.
화요일, 둘째 날. 이제 쉼 없이 달렸다.
수요일, 세째 날 출근 길. 이제 시간을 단축하기 위해 스피드를 내기 시작했다.
수요일 퇴근 길 과속 방지턱을 피하기 위해 노견을 통과하다 엎어졌다.
오른 팔꿈치, 왼 무릎이 30년 만에 까졌고 왼 손목과 오른 발목이 시큰하다.
자전거도 변속기와 체인이 빠져서 피를 질질 흘리며 저녁 8시에 겨우 자전거점을 찾아서 겨우 고쳤다.
목요일, 쓰린 몸을 이끌고 자전거 출퇴근 강행
금요일, 아침 출근길에 장갑을 끼려고 자전거를 세우는 순간 자전거가 자빠지면서 체인 가출. 이것 고치려고 이매동, 야탑동 자전거점 문 연곳을 다 찾아다니다가 결국 자전거 조립한 야탑 벨로시티에서 해결. 이미 지각.

4. 목에 박힌 가시 드디어 뽑다.
서비스 하는 서버 중에 후 처리를 전문으로 하는 서버가 있다.
예전 서비스 크기가 작을 때는 문제가 없었으나 이제 어느 정도 크기가 되고 나니 조금만 부하가 몰리면 문제가 생겼다.
지난 2주일 동안 3번의 장애가 생기고 그때마다 죄송합니다 메일을 써야 했다. 이러다 보니 일을 하다가도 이놈 이상하지는 않은지 매번 체크 하게 되고 특히 주말에 잘 죽다 보니 휴일에도 편히 마음을 놓지 못하고 한 시간마다 한 번씩 alive check 를 하고 있었다. resource 알람 문자라도 오면 초 비상이 되어 전화하고 서버 접속하고 난리도 아니었다.
정말 참지 못할 지경이 되어 이틀 동안 미친듯이 작업해서 active-active 이중화를 단행했다. 용량 역시 4배 정도로 늘여서
죽기도 힘들게 함과 동시에 뭐 죽으라면 죽으라지 너 말고도 많거든?
이 되도록 처리했다.
이후 아침마다 보이던 흰 머리가 사라진 것도 같다.

막상 학교 다닐 때는 그다지 치열하게 살지 못했 던 것 같다.
지난 한 달을 돌이켜 보면 참으로 많은 일을 참으로 치열하게 하였다.
지금 이 나이가 되어서야 20대 초반에 들었던 그 말이 어떤 것인지 조금은 알 것도 같다.

Posted by eoh

2010/05/16 19:01 2010/05/16 19: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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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ize is matter.

얼마 전 조직 개편이 이루어지면서 팔자에 없는 관리 업무까지 떠 맡게 되었다.
분명히 예전 직장에서도 관리 업무를 맡았다가 고사 했었다는 이야기를 분명히 밝혔는데도 주어진 것을 보니 이제 그걸 자의로 회피할 시기는 지난 것 같다.

뭐 그건 그거고.
우연찮게 예전 조직의 사람들과 점심을 같이 하게 되었다.
좀 더 자세하게 이야기 하자면 이야기는 이렇다.
원래 지금 내가 맡고 있는 일은 두 서너명의 사람이 작은 벤처로 사업을 일으켜 그 가능성을 인정받아 지금의 회사로 흡수되면서 현재는 개발 인원만 20여명 정도 되는 비교적 큰 조직이 되었다.

그리하여 힘들었던 시기는 다 끝나고 절실했던 자금과 인원에 여유가 있게 되었다.
이리하여 모두가 행복하게 잘 살았다.

란 결론은 얘들이 자기 전에 읽는 동화책에나 나올 만한 이야기이고, 현실은 그렇지가 않기 마련이다.
시간이 흐르고 나니 사업을 일으킨 원 멤버들의 생각은
아니, 사람이 몇 명 없었을 때가 오히려 결과물이 더 잘 나왔다.
사람 추가해 넣었더니 괜시리 scalability 를 획득한다니 뭐니 하며 동작하는 코드를 고치려고나 하지 정작 일의 결과가 빨리 빨리 안 나온다.
요구한 기능 추가나 변경은 더디기만 하고 다들 뭘 하기는 한다는데 도대체 뭘 하는지 모르겠다. 사람들이 일을 하긴 하는 건가?
였고 우여곡절을 거쳐서
  • 사용자의 급변하는 요구를 충족시키는 것이 우선이므로 일단 구현부터 먼저 하여 대응을 빠르게 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를 중요시하는 조직과
  • 충분한 검토, 설계, 구현, 테스트, QP 를 거친 안정적인 구현이 궁극적으로 미래에 대비할 수 있다.
를 신봉하는 조직으로 이원화 되었다.

나는 후자이고 앞서 말한 예전 조직은 전자의 조직을 말한다.
내분이 일어날 것 까진 아니었고 달리고 싶은 사람은 모여서 달리도록 판을 열어 준다 라는 의미였다고 믿고 싶다.

우연찮게 양쪽 조직이 점심을 같이 먹다가 지나가는 말로 이런 이야기를 들었다.
전자의 조직장이 역시 벤처에서부터 일했던 개발팀장에게
누구야. 차라리 개발 그만 두고 서비스에서 댓글이나 다는 게 어떠냐. 오히려 그게 더 도움이 될 것 같다.
라고 했다는 것이다. 그 사람이 이 이야기를 하면서
요즘 워낙 결과물이 빨리 안 나오니까 하시는 말씀이죠
라고 사람좋은 너털웃음을 지었다.

세상 모든 일이 그렇겠지만 특히 소프트웨어란 것은 일종의 파레토 법칙의 지배에서 벗어날 수 없다고 생각한다.
얼핏 보기에 다 된 것 같은 80% 정도의 기능 셋을 가진 것은 남들이 투자한 20%의 시간으로도 만들어낼 수 있다. 하지만 진정 그것이 완성된 제품으로 거듭나려면 꼭 필요한 20%가 부족하게 되고 이제 앞서 20%의 시간 밖엔 투자하지 않은 댓가를 그때 치뤄야 한다는 것이다.

세상 일은 참 불 공평하고 소프트웨어란 것은 더욱 불 공평하다.
왜냐면 그때 되어 이미 이익을 본 80%의 시간을 다 토해 낸데도 절대로 따라잡을 수 없다.
이 주장의 증거가 되는 예는 너무나 많다.
무수히 많은 (민첩하게 등장한) 소프트웨어들이 시장을 잠시 점령한 듯 보인 후 정체되어 사장되는 것과, 이걸 고치느니 차라리 처음부터 재 구현하겠다 - 이러다 망한 회사가 얼마나 많은지 - 란 결정을 내린 회사들의 리스트를 작성한다면 (쓸 것이 많아) 아주 많은 노력이 필요하다.

따라서 지금 상황에서 기능 추가가 민첩하게 되지 않는 것은 일을 열심히 하고 하지 않고의 문제나 서비스에 대한 애착과 애정이 있고 없고의 정성적인 면으로 파악한다면 방향을 잘못 잡은 것이다.

나만 이러한 의견을 낸 것도 아니고 주위에서도 비슷한 내용의 권고에도 불구하고 "달린다" 란 결정을 하고 실행에 옮긴다고 하니 그저 전자의 조직원들이 어찌되었건 그들이 원하는 바를 얻기를 바랄 뿐이다.


비슷한 맥락으로 빠른 개발 방법론을 신봉하는 사람들은 결과를 빠르게 얻을 수 있는 프로그래밍 언어를 선호한다.
흔히
루비 온 레일즈와 같은 프레임워크를 보라.
얼마나 빠르고 신속하며 민첩한 개발 속도를 보이는가
라는 찬사는 어렵지않게 들을 수 있다.
특히 루비 언어에 대한 생산성에 대한 마틴 파울러의 조사 - 70%의 프로젝트에서 타 언어보다 생산성이 높아졌다는 설문 결과를 근거로 삼곤 한다.
(모 언어와 비교해서 7배 생산성 향상이란 조사도 있다. 거의 70명 투입할 일을 열명이서 했다는 이야기 이거나 7달 걸릴 일을 한달만에 다 했다는 이야기다.
뭐 내가 겪었던 50명이 유지보수하는 은행 수신 업무를 재개발하는데 4명을 투입한 전설에 버금가는 이야기다. 더우기 기존 코드는 코볼이었고 재개발은 C로 해야 했다. 나도 막장이라면 개막장을 거친 인생이다.)

나는 파울러가 시간이 어느 정도 흐른 지금 해당 프로젝트들을 다시 점검해 봤으면 한다.
그중 초기에 얻은 이득을 끝까지 지킨 수와 결국 이득은 다 토해 놓았지만 그럭 저럭 굴러가는 수를 나머지 경우와 비교해 보았으면 한다.

어렸을 때 부르던 동요 중에 이런 구절이 있다.
어 어 얼음과자 맛이 있지만, 한 개 두 개 먹으면 이가 시려요.
나머지는 요즘 유행하는 말 대로
지금은 곤란하다. 기다려 달라.

Posted by eoh

2010/03/20 02:01 2010/03/20 02: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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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관성

출근길 지하철에서 난데없이 아침 드라마 소리가 크게 들려왔다.
늙수그래한 아줌마 서넛이 노약자석을 차지하고선 DMB로 드라마를 어찌나 볼륨을 높여 놓고 보는지 차량 구석 구석 아침 드라마 특유의 불륜과 패륜의 향기가 코를 마비시킬 지경이었다.
그것까지는 뭐, 그럴 법 하다 하겠는데 시시콜콜 이래선 쯧쯧, 저래선 쯧쯧  하여 아침 드라마에서 사람이 지켜야 하는 도리에 대해 설파하는데 아주 징글징글했다.
그 내용인 즉슨 약속을 하면 꼭 지켜야 하고 (드라마에서 나온 상황인) 어쩔 수 없이 지키지 못할 때에는 상대방이 납득할 때 까지 사과를 해야 한다 였다.

그때 갑자기 DMB 소리가 멈추고 전화가 시작되었다.
이제 아침 드라마의 악다구니에서 벗어남과 동시에 알지도 못하는 사람과 지하철에서 처음 본 사람과의 사적인 전화를 도청하기를 강요당하기 시작하였다.
그런데 웃기는 일이 벌어졌다.
전화를 받은 아줌마가 누군가와 만나자는 선약을 까먹고 다른 일을 했던 것이다.
아침 드라마 광이면서 지하철 차량 안내 방송중인 이 아줌마는 아주 당연한 듯이 자신이 깜박한 것에 대해 상대방의 용인을 요구하기 시작했다.
그럴 수도 있지 뭐 그런 걸 가지고
란 이야기였는데, 도저히 방금 전 까지 설파하던 인간의 도덕률에 비추어 볼 때 옳지 않은 주장을 거리낌 없이 펼치고 있었다.

예전엔 이런 말과 행동이 판이한 사람들을 비천한 인간성 혹은 저급한 인격이라고 무시해 왔는데 요즘은 이러한 인간들을 만나는 것에 익숙해지다 보니 생각이 좀 달라졌다.
혹시 내가 생각하는 인간의 조건 - 언행일치 혹은 일관성이 정말 중요한 것인가?
이러한 조건을 갖추지 못한 개인들이 이다지도 많은데 그들이 도태되지 않고 오히려 더 번성하는 것 처럼 보이는 것은 삶을 영위하는데 있어 이러한 행위의 일관성은 생존을 저해하는 요소이기 때문은 아닐까란 생각이 든다.
신념을 끝까지 유지하고 노력으로 성취를 이룩한 인간들에 대해 전기가 있는 것을 보면 위인전에 나올 만한 레벨이 아닌 보통 인간들은 오히려 일관성이 없이 그때 그때 상황만 모면하는 기회주의가 더 적절한 행동양식일지도 모르겠다.

뭐 greedy 알고리즘이 그런 거 아니겠어?

Posted by eoh

2010/03/09 01:05 2010/03/09 01: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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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토로이

6년 가까이 쓰던 핸드폰을 퇴역시키고 첫 출시된 안드로이드폰인 모토로이를 예약 구매하여 3일째 쓰고 있다.

아이폰과 비교하자면 지금까지는 매우 만족스럽다.
몇몇을 나열하자면,

첫 번째로 외부 파일 이용이 쉽다는 것을 들 수 있겠다.
USB를 꼽으면 외장 SD 카드 (배터리 위에 있기 때문에 빼려면 뒷 뚜껑을 떼긴 해야 한다) 가 USB drive 로 잡힌다. 여기에 닥치고 파일들을 집어 넣으면 끝.
mini USB 코드를 꼽았다 뺐다가 하는게 귀찮으면 전화기 내장 웹서버를 띄운 후 브라우저로 접근해서 파일을 추가할 수도 있다. - 이게 tomcat 인지 jetty 인지 아니면 hudson 내장 서블릿 컨테이너인지 아니면 구글 혹은 모토로라에서 만든 서블릿 컨테이너인지 무척 궁금하다.
두 번째로는 (내게는 참으로 어울리지 않지만) 멀티미디어 지원이다.
일단 800만 화소짜리 카메라에 동영상을 HD 퀄러티로 촬영 가능하며 전화기 주제에 제논 플래시도 붙어있다. 뭐 집에 있는 똑딱이는 어쩌라고 ㅡ.ㅡ 그리고 녹화된 HD 영상을 HDMI 포트로 바로 TV 로 뽑아낼 수 있다. 차마 평소에는 귀차니즘의 압박으로 이런 짓을 할 것 같진 않지만, 이런 게 된다는 걸 알고 있으니 집안의 행사 때 써 먹을 수 있겠지. - 참고로 사진, 동영상 모두 가로찍기만을 지원한다 고 해 놓고 사진 돌리기 기능이 있다. (어쩌라고 ㅡ.ㅡ)
세 번째로는 토착화된 기능이라고 해야 할 듯 싶은데, 지상파 DMB 가 된다.
이거 뭐 중요한가 생각을 했었는데 다가오는 설 연휴에 집사람이 무진장 기대하고 있다. 나야 뭐 운전한다고 볼 일도 없겠지만.
또한 필기 입력을 지원한다.
5년 전 PDA 에서 필기 입력의 수준과는 다르게 적절한 인식률을 보여 준다.
쥐똥만한 쿼티 키보드로 입력하다가 슥슥 쓰는 기분도 나쁘지 않다.
네 번째로 악세서리가 아이폰의 그것에 비해 적절한 갯수가 왔다.
차량용 시거잭 충전 케이블, 24핀-miniUSB converter, 크래들, USB-miniUSB 케이블, 배터리 2개 (그렇다 이건 배터리를 바꿔 끼울 수 있는 것이다), SD 카드, DMB 안테나 (이건 당연한가?)
차량용 시거잭 충전 케이블은 솔직히 이걸 디폴트로 줘서 너무 고마웠다. 이제 아무리 차가 막혀도 배터리가 닳을 걱정 안 해도 된다
다섯 번째로 Linux/Java 베이스의 열린 가능성을 높게 사고 싶다.
지금도 Linux 를 데스크탑 운영체제로 쓰고 있고 Java 를 주된 프로그래밍 언어로 쓰고 있으니 안드로이드에 자연스럽게 더 마음이 향한다.
마지막으로 구글이 제공하는 애플리케이션의 사용성에 있다.
오늘 공표한 buzz, 구글 맵, 고글, 스카이뷰, 지톡 등등 기술 중심의 앱들은 순간적인 감탄과 홀림을 불러오지는 못할지라도 일상에 더 유용하다고 생각한다.

갑자기 구글 빠돌이가 되어버린 느낌인데, 뭐, 모토로이 3일째 사용 소감은 이렇다는 거다. 이미 아이폰 산 사람 - 집사람을 포함해서 - 에게 말하고 싶은 것은,
Linux/Java 프로그래머인 나에게는 안드로이드폰이 가진 장점이 이렇게 보인다는 거고, 내가 아닌 당신들이 아이폰에 만족하면 그냥 계속 만족하라 이다.
지름 계열에서 유명한 격언도 있지 않는가.
부러우면 지는 거다
그러고 보니 이전 폰도 모토로라였는데, 2년 약정 채우면 10년째 모토로라 쓰겠구만.

Posted by eoh

2010/02/11 01:40 2010/02/11 01: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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숫자 넣어 때려 맞추기

누군가 a t + b sin( c t ) = d 의 해를 어떻게 구할까 라고 질문을 올렸다.
http://kldp.org/node/112110

허리도 아프고 퇴근시간도 거의 다 되었고 해서 잠시 생각해 보았다.
at + bsin(ct) = d
bsin(ct) = d - at
sin(ct) = (d - at) / b
Therefore, |(d-at)/ b| <= 1
-1 <= (d - at)/b <= 1
if b>0
-b <= d - at <= b
-b + d <= at <= b + d
if a>0
(-b + d)/a <= t <= (b + d)/a

여기서 f(t) = at + bsin(ct) -d 라고 하고
N 개로 잘라내서 f(t) 의 부호가 바뀌는 걸 확인한다면,
전체 길이가 (b + d)/a - (-b + d)/a = 2b /a
따라서 단위 t 의 길이는 ( 2b / a )/N

Java 로 만든 코드
몇몇 결과
(a, b, c, d) = (1, 1, 1, 1) 이고 N 이 10 이라면

a 1.000000 b 1.000000 c 1.000000 d 1.000000
 F(0.000000)= -1.000000
 F(0.200000)= -0.601331
 F(0.400000)= -0.210582
 F(0.600000)= 0.164642
 F(0.800000)= 0.517356
 F(1.000000)= 0.841471
 F(1.200000)= 1.132039
 F(1.400000)= 1.385450
 F(1.600000)= 1.599574
 F(1.800000)= 1.773848
 F(2.000000)= 1.909297

따라서 대충 0.4 ~ 0.6 사이에 있을 듯.

좀 더 정확히 하기 위해 N 을 100 으로 했더니
... 생략
 F(0.480000)= -0.058221
 F(0.500000)= -0.020574
 F(0.520000)= 0.016880
 F(0.540000)= 0.054136
... 생략

고로 대충 0.5xx 인 것 처럼 보인다.

하나 더,
(a, b, c, d) = (1, 2, 3, 4) 이고 N 이 20 이라면
a 1.000000 b 2.000000 c 3.000000 d 4.000000
 F(2.000000)= -2.558831
 F(2.200000)= -1.176917
 F(2.400000)= -0.012664
 F(2.600000)= 0.597087
 F(2.800000)= 0.509198
 F(3.000000)= -0.175763
 F(3.200000)= -1.148654
 F(3.400000)= -1.999749
 F(3.600000)= -2.361872
 F(3.800000)= -2.038657
 F(4.000000)= -1.073146
 F(4.200000)= 0.267246
 F(4.400000)= 1.584147
 F(4.600000)= 2.487391
 F(4.800000)= 2.731316
 F(5.000000)= 2.300576
 F(5.200000)= 1.415507
 F(5.400000)= 0.455156
 F(5.600000)= -0.175134
 F(5.800000)= -0.185319
 F(6.000000)= 0.498026

이건 대충 2.4~2.5 와 2.8 ~ 3.0, 그리고 4.0 ~ 4.2, 5.4 ~ 5.6, 5.8 ~ 6.0 사이에 있겠구만.

Posted by eoh

2010/01/26 19:34 2010/01/26 19: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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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연과 낚시

우연히 동전을 던진다는 것은 조작될 수 있다 란 취지의 기사를 보았다.
호주인지 영국인지 연구팀이 13 (!) 명 이라는 거대한 표본을 잡아서 300번씩 동전을 던지게 한 결과 조금의 요령으로도 "과반수" 인 7명 (전체 13명 중 7명!) 이나 앞면이 훨씬 더 (하지만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얼마나 더 나왔는지 밝히지는 않는다) 나왔으며 또한 그 중 한 사람은 68%의 확률로 앞면이 더 나왔다고 한다.
일단 여기까지만 해도 바로 낚시 기사의 스멜이 강하게 풍겨와서 계산을 좀 해 보기로 했다.

300번 동전을 던져 앞면이 68% 이상 나올 확률을 계산해 보자.
동전의 앞면이 나올 확률은 1/2 인 이항분포이고 300번이 상당히 많은 수행 이라고 하면 B(300, 1/2) -> N(300*(1/2), 300*(1/2)*(1/2)) 이므로
N(150, (8.6)^2) 가 되어 Z = (X-150)/8.6 가 된다.
300회의 68% 면 204회이므로
Z=(204-150)/8.6  => 6.2 가 되는데 3 이상은 표준 정규 분포표에도 나오지 않는 굉장히 희박한 확률이다. 그렇다면 300번 정도의 시행으로는 정규 분포를 이루지 않거나 정규 분포를 이루었다면 300번에 68% 의 확률로 앞면이 나온 것은 굉장히 일어나기 어려운 일이라는 결론이 났다.

여기서 그럼 이 기사는 낚시가 아니네 라고 생각하다가 300회는 적당히 크려니, 따라서 정규분포려니 하는 생각을 접고 그냥 쌩으로 확률을 계산해보자 란 생각이 들었다.

일단 300회 시행에 모두 앞면이 나올 확률은 300C300(1/2)^300 이고
299번 앞면이 나올 확률은 300C299(1/2)^299
...
204번 앞면이 나올 확률은 300C204(1/2)^300 이다.
이걸 구하려고 script 를 하나 짰더니 overflow 가 났다.

Math::BigFloat 를 급하게 수배해서 새로 계산해 보니 결과값 0.000000000212505...
이게 뭐야 무서워...

오케이 인정. 300번 던져서 200번 앞면 나오게 하면 용자 인정!

오늘의 교훈
  1. perl 의 변수 한계는 메모리에만 있다 라고 줏어들은 지식으로 수치계산 하면 inf 만난다.
  2. 아무리 잊어버릴 것 같지 않은 것 이라도 안쓰면 바로 레테 건넌다. B(n, p) N(np, npq) 가 생각 안 날 줄이야.
  3. 이건 낚시다 라는 감에만 의존하면 이런 포스팅 하게 된다 ㅡ.ㅡ;

이쉥퀴 구라까고있네 라고 생각한 사람을 위해 준비했다.

Posted by eoh

2009/12/10 18:22 2009/12/10 18: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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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속 가능한 ... 에 대하여

소시적 한참 날뛸 때는 도대체 내가 하지 못할일이 없을성 싶었다.
하지만 실제로는 모든 일이 그렇듯 밖에서 볼 때 만큼 쉽지는 않았고, 이미 공언한 결과를 내기 위해 대부분의 개인적인 시간을 희생해야 했다.
이런 생활이 계속 반복되면서 일에 개인 생활이 함몰되는 것이 당연하게 느껴지기 시작했고, 급기야 주위 사람들에게도 알게 모르게 강요하게 되었다.
문득 내 생활을 뒤돌아 보니 내 몸은 아무리 쉬어도 개운해지지 않고 신경은 언제나 날카롭게 서 있으며 자신을 의도적으로 비하하고 주위 사람들에게 냉소적으로 대하고 있었다.

무언가 잘못되었다는 것을 느끼고 그렇다면 과연 어떻게 살아야 할까에 대해 고민하기 시작했다. 그 결과로,
지속 가능한 삽질

의 개념을 도출할 수 있었다.
지속 가능한 삽질이란 것은
  1. 내가 세계를 구원할 수는 없다.
  2. 세계가 구해지려고 해도 굳이 내가 혼자 구할 필요는 없다.
  3. 내가 자빠지면 세계가 구원되는 것은 별로 상관 없다.
란 세 가지 원칙을 받아들이는 것을 의미한다.
내가 손대면 다 잘 될것이라고 생각이 들 때 마다 "지금까지 자신이 손대서 대박난 것이 있는가" 를 생각하는 것 이것이 바로 지속 가능한 삽질의 도 라고 하겠다.

Posted by eoh

2009/11/17 19:30 2009/11/17 19: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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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할 수 있는 것은 분명하게 말해질 수 있다. 말해질 수 없는 것에 대해서는 침묵해야 한다. 논리 철학 논고 - 루드비히 비트겐슈타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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